10. 밥 먹으며 말할 수 있는 능력
통역을 하다 보면 식사하는 자리에서 통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사 통역은 특히 만찬 통역이 많은데, 이런 때는 입안에서 파편이 안 튀기면서 통역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여기엔 몇 가지 기교가 필요한데, 우선 메뉴 선정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가능하면 국물 위주의 코스를 주문한다. 또한 메인 코스를 고를 때, 가능하면 해산물로 선택을 한다. 스테이크나 치킨 등의 육류는 입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 몇 번만 씹고 무리하게 삼키다 보면 식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입안에 있는 모든 내용물이 빠른 속도로 발사될 수 있다. 여러 사람의 식욕을 잠재울 수 있는 상황이다. 여러 번 씹지 않아도 쉽게 삼킬 수 있는 음식물이 필요하다. 새우, 연어, 송어 등 해산물 위주의 메인을 시키자. 메쉬드 포테이토, 아스파라거스, 버섯 등 씹기를 필요로하지 않는 부드러운 음식을 사이드로 시키면 더욱 맛 있게 먹을 수 있다.
뷔페인 경우, 가능하면 먼저 먹고 통역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자. 괜히 예의를 지킨다며 부페 멘 뒷 줄에 서 있다 통역 시간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하지. 너무 늦게 줄을 서게 되면 식사를 아예 못하는 참사를 겪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소량의 음식을 여러번 나누어서 먹는 것이 좋겠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음식을 입안에 쑤셔 넣는 경우, 씹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 만큼 입안에서 파편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입안에 음식이 가득한데 입을 열어 통역하는 경우, 그 모양새가 가관일 수 있다. 한 사람의 식탐으로 인해 모든 통역사의 이미지가 구겨지는 순간이다. 이 모든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통역 전에 미리 식사를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도 눈앞에 맛있는 음식을 놓고 고사를 지낸다는 것은 실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미리 먹기보다는 밥 먹으며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좋겠다.
9. 악필을 읽을 수 있는 능력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의 글을 쓰다 보면 필연적으로 알아보기 힘든 글씨들이 나온다. 소위 악필이 그 못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통역사는 자기가 생성한 악필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통역사가 못 알아보면 이 세상 그 누구도 읽을 수 없다. 사실 악필이 문제가 아니다, 그 글을 못 알아보는 통역사의 능력이 문제인 것이다. 무릇 새로이 창조되는 모든 것은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악필이라고 해도, 악필을 통해 지면상 새로이 태어난 글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라야 통역의 달인이라 불리울 수 있는 것이다.
8. 두꺼운 얼굴
우선 이 세상에 완벽한 통역사란 없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본 덕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역사는 “쪽팔린” 순간이 많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 경험이 많으면 실수의 횟수는 줄어드나, 한번 사고를 치면 대형사고를 치는 경향이 있다. 여하튼 통역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두꺼운 얼굴이 필요하다, 실수 한 번 했다고 당장 빨개지는 그런 얼굴이 아니라, 여러 번 실수를 해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꾸준히 통역을 할 수 있는 그런 “뻔뻔한 얼굴“이 필요하다. 어차피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면,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자. 실수 하나하나를 마음에 두지 말자, 앞의 실수 때문에 뒤에 오는 통역도 그르치는 사람이 되지 말자. 뻔뻔한 통역사, 두꺼운 얼굴의 통역사가 되자. 두꺼운 얼굴은 겨울에 추위를 안 탄다, 보너스다.
후기.
2015년 New York에 있는 Columbia 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나는 한국 여당 대표의원 (예전엔 총수라 불렀는데, 이제는 대표의원으로 순화해서 부른다)을 모시고 통역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백여명의 학생, 과학자, 교수등이 모인 자리에서 “천체물리“라는 용어가 나왔다. 정확한 영어는 Astro Physics인데, 도저히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Heavenly Physics 라고 통역을 했다. 순간 장내는 웃음 바다가 되었다. 그 자리에 있는 청중 대부분은 Astro Physics라는 용어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일순 상당히 머쓱해 졌다. 하지만, 주늑이 들지는 않았다. 두꺼운 얼굴을 방패 삼아 한번 씨익 웃어주고 통역을 계속했다.
이젠 통역을 한지 어언 20여년, 수 없이 많은 통역 미스를 저지르며 오늘까지 왔다. 소변 검사라고 말해야 하는데 오줌 실험이라고 통역을 하기도 하고, 식량 원조라고 했어야 하는 음식 지원이라고 통역했던 적도 있다. 때로는 스피커의 의도를 전혀 이해 못하고 생뚱맞은 통역을 하기도 했고, 통역의 타이밍을 놓쳐 장내에 뻐꾸기가 날아다닌 적도 있다. 나의 이런 실수들이 자랑은 절대 아니다, 다만, 이런 실수들이 있었기에 이제는 그나마 좋은 통역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런 실수들도 나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7. 순간 미학
스피커가 말을 하고, 통역사는 통역을 한다. 순차통역의 경우 스피커의 말이 끝나고 통역사가 통역을 시작하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일 순간에 통역이 되는 것이다. 瞬間이란 단어는 불교 용어 刹那와 동일한 의미를 가진 단어로서 시간의 최소 단위를 나타낸다. 혹자는 순간이란 눈을 깜빡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라고도 한다. 동시통역의 경우도 역시 순간적으로 통역이 일어난다, 다만 순차보다 더 빨리 모든 것이 흐른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통역은번역과 달라서 기록이 남지 않는다. 통역의 입에서 청중의 귀로 소리가 흘러 들어가는 순간 통역은 끝이 난 것이다. 그다음 말을 스피커가 하지 않는 한, 통역은 영원히 또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통역사의 입에서 청중의 귀까지의 거리는 한 순간에 커버가 된다. 말이 나오는 그 순간 그 소리가 귀로 들어가는 것이다.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통역은 순간이다. 눈 깜빡할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 통역인 것이다.
여기에 순간의 미학이 있다. 당신은 눈 깜빡할 사이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할 때, 아주 짧은 순간에도 자기가 살아 온 인생의 많은 부분을 떠올릴 수 있다고 한다. 혹자는 인생은 한 순간이라고 말 한다. 그 만큼 한 순간에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통역은 순간 미학을 이해하고, 즐기며,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한 순간에 스피커의 말을 이해하고, 가장 적합한 외국어 표현을 생각해 내고, 그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일 순간이 아니고 더 많은 시간이 주어 진다고 해서 더욱 더 좋은 통역이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한 순간 순간에 통역은 그가 살아 온 인생이 묻어나는 것이다. 한 순간의 그 한 마디를 위해 통역사는 그의 인생을 살아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역은 순간이다. 좋은 통역사는 한 순간에 소리를 사용해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것이다.
6. 4차원에 대한 이해력
사실 여기서 “이해력“이라고 말한 것을 어찌 보면 “인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수도 있다. 이해가 되었든 인지가 되었든, 통역사는 4차원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한다. 모든 스피커가 논리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또한,스피커가 되지도 않는 말을 한다고 생각해서도 곤란하다. 스피커는 나름 자기만의 정신세계를 가지고 자기의 논리대로 말을 하는 것이다. 그 발언 내용이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해서 스피커를 무식하다거나 모자란다고 간단히 치부해선 안되는 것이다. 물론 개 중엔 정말 사다리 놓고 A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통역사 입장에선 스피커가 혹시 4차원이 아닐까 우선 생각해 봐야 한다. 4차원의 세계에선 공간이동도 가능하고, 시간의 역류도 가능하다.
스피커가 기승전결의 발표 형태를 따르지 않고, 기와 결만 발표하는 경우, 통역사는 승과 전 부분 중에 어떤 것들이 빠졌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4차원의 세계에선 기결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으니까. 앞뒤의 발언이 서로 모순되는 경우에도 4차원의 세계에선 곡선과 일직선은 같은 것이며 과거는 현재보다 나중에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4차원에 대한 개념이 있다면, 4차원에서 오신 스피커를 올바르게 통역할 수 있는 것이다. 4차원의 세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것이 비록 우리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고 할찌라도 우리가 그 존재를 믿는 순간 4차원의 세계는 존재하는 것이다.
5. 눈치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눈치가 없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 교수라고 말하겠다. 물론 내가 그 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디어를 통해 본 황상민 교수는 눈치가 없는 분이라는 말이다. 이 부분은 황상민 교수 본인도 인정한 부분이다. [참조 쾌도난마 326회 https://www.youtube.com/watch?v=Crm3AGnCEYo ]
황상민 교수는 대단히 인텔리 한 사람이다. 아는 것도 많고 학문의 깊이도 상당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선 상당히 미숙한 사람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천재들은 인간관계에 미숙했다. 천재들의 정신세계를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 못 했듯이, 천재들도 평범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나 보다. 황상민 교수는 만나는 사람 대부분을 화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으나, 눈치가 워낙 없다보니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거나 안색을 읽는 능력이 없다.
두 개의 언어를 잘 구사한다고 해도 그것은 좋은 통역이 될 수 있는 충분 여건은 못된다. 여기엔 플러스 알파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눈치다. 황상민 교수처럼 실력은 있지만, 눈치가 모자라서 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선 안된다. 좋은 통역사는 오감과 눈치를 총동원하여 스피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단순한 단어의 조합이 아닌, 스피커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통역사가 상급의 통역사인 것이다. *
4. 인내
인내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무척 도움이 되는 인간의 자질 중 하나다. 오죽하면 삼인면살 三忍免殺 이라는 표현이 있을까 할 만큼, 인내란 무척 훌륭한 덕목이다. 통역을 하다 보면, 대단한 인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엉뚱한 스피커를 만나는 경우, 때로는 목을 졸라 버리거나, 재갈을 물리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수도꼭지, 용두사미, 실내 전봇대등을 만나면 확실히 그렇다. 통역사는 스피커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때론 말이 안되는 말을 “하셔도“, 새겨 들어서, 알아 듣기 쉬운 논리적인 말로 바꾸어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로 “왕무식” 발언을 “하셔도” 발언 내용을 희석하거나, 유화해서 통역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발언이 일일이 직역되어선 안 되는 경우가 왕왕있기 때문이다. 통역은 단순한 일대일 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오히려 통역사의 위신을 위협할 만큼 난감한 발언을 하는 스피커가 있다. 가령 방금 전에 상대방이 한 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상대방을 깡무시한 발언인데, 통역의 입장에선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스피커가 정말 상대방의 말을 이해 못 한 것인지, 아니면 스피커가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인내를 가지고 직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대방이 불만을 표출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어쩌면, 통역이 제대로 통역을 못하고 있다고 상대방은 여길 수도 있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통역사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한 고려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통역사는 통역사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통역사의 이미지에 대한 고려는 지금 이 순간 필요 없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한한 인내뿐이다. 인내를 가지고 맏은 바 책임을 다 할 뿐이다.**
3. 인류에 대한 무한한 사랑
통역을 하다 보면 원시적인 노여움이 일 때가 있다. 스피커의 뒤통수를 잡고 책상에 이마를 찧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물론 한 번도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그리고, 내색을 하면 절대 안 된다. 우리 조상들 말씀 중에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참으로 좋은 말씀이다. 이마를 찧기보다는 더욱 더 열심히 그 분의 말씀을 통역해야 하겠다. 어차피 원두 콩보다 작은 하나의 물체에서 인류가 생성되었다면 스피커나 통역사나 모두 한 몸 아니겠는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도 스피커를 위한 일이라기보단 나 자신을 위한 일이며, 피아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자. 순간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할 뿐 분노의 표출도 필요 없으며, 분노할 필요도 없음을 인지하자. 모두를 사랑하자. 타인에 대한 사랑은 결국 내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인류를 사랑하자.
2. 공간 이동 능력
2005년으로 기억된다, 당시 부시 대통령 통역을 맡았는데, 경주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었던 것 같다. 하도 오래돼서 누가 누구를 만났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어딘가 기록을 해 뒀다면 확실하겠는데, 당시 나는 모든 통역 내용은 돌아서면 잊는 것이 좋다는 이상한 주의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당시 상황은 나의 불확실한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어쨌건, 부시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다들 줄을 주르륵 서서 어느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가장 앞에 서 있었고 내 뒤로 장관이니 차관이니 여러 높은 분들이 서 있었다. 이십여 분을 기다리고 드디어 대통령께서 도착한다는 전갈이 왔다. 대통령의 차가 서고 몇 명의 경호원이 우선 입장을 한다, 그 후로 대통령이 들어오셨다. 까만 눈에 까만 머리를 한 나를 보고, 대통령은 아마 내가 한국의 장관이나 차관 정도로 생각하셨나 보다. 손을 척 내미시며 인사를 하신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손을 내밀며 잽싸게 말씀드렸다, “각하, 전 당신의 통역입니다“라고. 그분 순발력도 좋으시지 “음, 잘하고 있구만“하며 웃으며 악수를 하고 지나가셨다.
당시 내가 공간 이동 능력이 있었다면, 정말 장, 차관 분들 뒤에 서 있었을 텐데, 여하튼 당시 누가 의전을 담당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상당히 당혹스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순발력은 역시 정상급이었다.
여러 명을 통역할 때는 늘 조심스럽다. 특히 그룹이 함께 이동할 때는 난처한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우선 중요한 것은 그룹 중에 누가 보스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절인 경우 사절단장이 누구인지, 회사에서 온 경우 최고 상사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그 사람 주변에 늘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3보 이내. 보스가 영어를 잘 한다고 해도 그 사람 옆에 꼭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동이다. 예를 들어 어떤 빌딩에서 상대방을 만나기로 약속한 경우에, 그리고 내가 속한 그룹이 그 빌딩에 가야 한다면 조심스럽다. 우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부터 문제다. 먼저 타야 하는지, 나중에 타야 하는지. 문은 언제 열어야 하는지, 회의실 입실 순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리는 어떻게 앉아야 하는지. 처음부터 제대로 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어찌 앞으로 벌어질 모든 상황을 예단할 수 있겠는가. 잘 못 됐다 싶으면 공간 이동 능력을 발휘해, 이동을 하자. 가능하면 빠르게, 조용히, 주위의 시선을 끌지 말고 하자. 동료 통역인들을 위해 통역인의 위치 선정에 대한 기준을 몇 가지 나열한다:
1) 이동할 때. 우선 “우리“그룹과 “상대“그룹으로 나누어서 설정을 하겠다. 우리그룹만 있는 경우, 이동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앞서 가든 뒤처지든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보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보스로 부터 멀리 서서 가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상대그룹에 가까워 지는 경우, 보스로부터 3보 이내로 가까이 붙어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 경호원이 있어도 그를 제끼고, 더 가까이 붙어야 한다. 실제 통역을 할 때 통역인은 그 누구 보다도 보스에게서 가까운 거리에 서거나, 앉게 된다.
2) 문 열기. 그룹 통역을 해 보면 통역인의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다. 방문 그룹에서 의전이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사람 빼곤 대부분이 모두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통역이 버젓이 남이 열어주는 문을 통해 드나는 것이 보기 안 좋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문을 잡고 서 있다 보스로부터 너무 떨어지게 되면 이 것도 문제가 된다. 공간 이동 능력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그룹만 있는 경우 문을 잡아줘도 되지만, 상대그룹에 가까워지면 절대 문잡이가 되면 안 된다. 보스 곁에 딱 붙어 통역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자. 건방지단 이야기를 들어도 할 수없다. 통역은 보스가 통역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선 안된다.
3) 엘리베이터 타기. 역시 우리그룹끼리라면 상관이 없다. 상대그룹에 가까워지면 꼭 보스랑 같이, 그 분 옆에 타자. 언제 통역이 필요할지 모른다. 간혹 엘리베이터 앞에서 상대방이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꼭 회의실에서 만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간혹 우리그룹이 커서 엘리베이터에 여럿으로 나뉘어 타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우리그룹, 상대그룹 구분 없이 무조건 보스가 타는 엘리베이터에 타야 한다. 경호원이 있건 없건, 회사의 다른 전무 이사, 상무 이사가 함께 타건 말건, 무조건 댓빵과 함께 타야 한다.
4) 입실. 상대방이 이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보스 바로 뒤에 또는 보스 보다 몇 발자국 먼저 들어간다. 보스가 조금이라도 영어를 한다면 (또는 한국어를 한다면, 미국인을 통역하는 경우) 보스 뒤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전혀 상대 언어를 못한다면 먼저 들어가서 본인이 누구인지 밝히고 보스의 입실을 알리는 것이 좋겠다.
5) 자리 잡기. 어디 가든 자리를 잘 잡아야 인생이 편하다. 해수욕장에서, 야외공연장에서, 버스 안에서 등 좋은 자리를 잡으면 인생이 즐거워진다. 통역도 좋은 자리를 잡아야 좋은 통역을 할 수 있다. 일 대 일 면담인 경우 두 경우로 나뉘는데, 통역인이 두 명인 경우와 한 명인 경우. 두 명인 경우 각각의 보스 바로 뒤에 앉는다. 카메라를 위해 보스 두 분이 더 가깝게 앉게 하고, 통역인은 좌우로 조금씩 나와서 앉으면 된다. 통역인이 한 명인 경우 두 보스의 중간에 앉게 되는데, 카메라 각도를 위해 약간 한 쪽으로 치우쳐 앉는 게 좋겠다 원탁회의인 경우 보스의 오른쪽에 앉는다. 사각형 테이블인 경우도 역시 보스의 왼쪽에 가능하면 앉는데, 다만 보스가 어디에 앉는지를 유의해야 한다. 사각형 테이블의 수좌는 정 가운데다. 예를 들어 한 켠에 10명이 앉는다면 보스의 자리는 5번 째 또는 6번 째 자리가 된다. 보스가 5번 째에 앉으면 통역인은 6번 째에, 보스가 6번 째에 않으면 통역인은 5번 째에 앉는다. 통역이 정 가운데 앉는 이유는 그룹 중 다른 분들도 통역의 이야기가 잘 들리도록 하기 위함이며, 또한 가운데 앉아야 상대방의 이야기도 잘 들리기 때문이다. 사각 테이블의 짧은 쪽 맨 앞에 보스가 앉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1번 자리에 앉아야 한다. 어차피 모든 시선은 보스에게 쏠리기 때문에 통역도 바로 그 옆에 앉는 것이 자연스럽다.
1. 체력
통역이 정신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통역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통역은 육체노동이다. 저질 체력 가지곤 절대로 좋은 통역이 될 수 없다. 한 사흘 정도 동시 통역을 하고 나면 픽픽 쓰러진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많은 것이 통역이다. 여러 날 통역을 하며 몸을 혹사하면 성대를 다치거나, 몸에 열이 나거나, 설사가 나는 등 탈이 생긴다. 어느 직업인들 체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으랴만은 통역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이다.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면 통역인은 할 일이 없는 것이다. 무대에 서는 배우처럼 공연하는 음악인처럼 우리는 늘 누군가의 앞에서 퍼포먼스를 해야 한다. 체력이 받쳐줘야만 좋은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 눈치 없는 사람 모두가 천재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천재 중엔 눈치 없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 황상민 교수가 눈치 없는 사람이라면, 쾌도난마의 진행자 박종진 기자는 무한한 인내를 지닌 사람이다.
hi em đang học chuyên ngành biên phiên dịch nên bài viết này hữu ích quá ạ! em cảm ơ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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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ài viết có nội dung rất hay, luyện đọc như thế này rất tốt, e cảm ơn ạ.
밥먹으면서 말 할 수 있는 능력 ㅋㅋㅋㅋ 두꺼운 얼굴 ㅋㅋㅋㅋㅋ
악필을 읽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두꺼운 얼굴 ㅋㅋㅋㅋㅋㅋㅋ ㅇㅈ
hay quá ạ hi
Bài viết hữu ích với em lắm ạ, em cảm ơn Kanata nhiều ạ
Thanks Trung tâ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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